얼마전까지 먹었던 약들이다. 왼쪽부터 프로작, 알프라졸람, 레메론.


프로작(Prozac)은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세포에 작용하는 세로토닌의 양을 늘린다. 세포들은 신경전달물질이라는 것을 서로 전달하며 소통을 한다. 세로토닌은 이 신경전달 물질의 하나로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 불린다. 세포에 세로토닌이 적으면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다. 세포 말단에서 다른 세포로 분비된 세로토닌은 일부분 원래 세포로 재흡수 되는데, 이 재흡수 과정을 억제해서 타겟 세포에 더 많은 세로토닌이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프로작의 기작이다. 


의사 선생님이 처음에는 하루에 한 알을 처방해 주셨으나, 효과를 못 느끼겠다고 하자 하루 2알까지 늘렸다. 그래도 큰 효과는 못 봤다. 자신의 환자 중에 하루 4알까지 먹는 분도 있다고 한다.


WebMD에 나와있는 프로작의 일반적인 부작용은 Nausea(매스꺼움), drowsiness(졸음), dizziness(현기증), anxiety(불안), trouble sleeping(수면 문제), loss of appetite(식욕 감퇴), tiredness(피곤함), sweating(발한), or yawning(하품), decreased libido and sexual dysfunction(성욕 감퇴) 등이다.


그 중에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식욕 감퇴와 성욕 감퇴. 하루 종일 입맛이 없고 사족을 못 쓰던 음식을 봐도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고 입에 넣어도 맛이 안 느껴진다. 하나같이 뻑뻑해서 뱉고 싶다. 식사가 살기 위해 억지로 입에 음식물을 쑤셔 넣고 씹어 삼키는 곤욕이 된다. 약을 끊으니 입맛이 완전히 돌아왔다. 그리고 성욕이 0%가 된다. 원래부터 성욕이 엄청 심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그냥 부처님이 된다. 프로작 먹었던 다른 분에게 물어보니,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알프라졸람(Aplrazolam)은 불안과 공황장애를 치료하는 약이다. 중추신경에 작용하여 신경 흥분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GABA를 활성화 시킨다. 


예전에 몸을 안절부절 못할 정도로 불안이 심했을 때 의사의 처방으로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효과를 봤었지만 이번 불안은 종류가 다른 것이라 그런지 머릿속의 불안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어디에선가 알프라졸람을 1년 이상 복용하면 치매 발병률이 80%이상 올라간다는 캐나다의 논문이 있다는 글을 읽었다. 나중에 이에 대해 다시 찾아보다가 치매를 걸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병 초기에 불안을 함께 앓기 때문에 이 약을 복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그러한 잘못된 해석이 나왔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이번에 3년만에 다시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 약을 처방하시는 것을 꺼리셨다. 내가 우울보다 불안이 더 크다고 하자 프로작이 효과를 나타내기 전까지 불안할 때만 반 알씩 복용하라고 알약을 반씩 쪼개서 처방해 주셨다. 실제로 치매 방별률이 증가하는 지는 증명하기 힘든 문제지만 정말 불안이 심하지 않을 때 말고는 먹지 않을 생각이다. 

알프라졸람의 흔한 부작용:
Drowsiness(졸음), dizziness(현기증), increased saliva production(침 과다 생성), or change in sex drive/ability(성욕 변화) 

레메론(Mirtazapine)은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조절하는 항우울제다. 나에게는 거의 수면제 였다. 예전에 불면증이 심해서 처방 받았었는데, 효과가 참 좋았다. 먹으면 1시간 내에 골아 떨어진다.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졸음이 밀려와서 잘 수밖에 없다. 부작용이라면 몸에 피로가 완전히 풀릴 만큼 잤는데도 억지로 계속 잠을 이어가게 한다는 것이다. 처음 몇시간은 깊은 잠을 자게 해주지만 그 뒤로는 질 낮은 램수면 상태로 끝도 없이 자게 만든다. 램수면상태라서 계속 꿈을 꾸는데 하나 같이 악몽 뿐이다. 이 약을 먹고 단 한 번도 좋은 꿈을 꿔 본 기억이 없다. 또한 약을 처음 먹었을 때는 12시간을 넘게 자고도 비몽사몽 중에 일어났고 다음날 다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정신을 못 차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졌지만 온전한 정신으로 오래 깨어 있지는 못했던 것 같다.

레메론의 일반적인 부작용:
Dizziness(현기증), drowsiness(졸음), lightheadedness(어지러움), increased appetite(식욕 증가), weight gain(몸무게 증가), dry mouth(입이 마름), or constipation(변비).

약의 용법,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 찾아보고 싶으시면 https://www.webmd.com/drugs/2/index 이곳을 이용하세요. 영어로 상품명을 치시면 작용, 부작용, 주의사항 등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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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던 정신과 약을 끊고 집에서 명상을 시작한지 3, 4일 저도 지났을까?

 

처음에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끊자 엄청난 금단 현상이 찾아왔다.

 

약을 먹기 전 보다 훨씬 강한 우울과 불안과 싸워야 했다.

 

그 속에서 그저 단전호흡을 했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해야할 때는 제외하고는 집에서 계속 단전호흡을 했다.

 

호흡을 하면서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을 가지려 노력했다.

 

정신이 지치기 전에 반가부좌를 한 다리가 먼저 저려서 30분 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야 했다.

 

힘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집중했다.

 

놀랍게도 4일 정도 만에 금단 증상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어제는 입맛도 돌아오고 기분도 한결 나아서 빵까지 구웠다.

 

나로서는 엄청난 변화다.

 

예전 같으면 매일 같이 빵을 구웠겠지만 우울과 불안에 빠진 뒤로는 전혀 빵을 구울 기분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빵인데 어떻게 내가 빵을 굽지 않고 살 수 있었을까?

 

갑자기 세상이 흑백이 되어버린 기분이라고 할까?

 

오랜만에 집에서 빵 굽는 냄새가 나니 기분이 좋았다.

 

아직 힘들 때가 있다.

 

때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고 절망적일 때가 있다.

 

하지만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그것을 믿고 계속 걸어가야 한다.

 

비바람이 다시 몰아칠 것이다.

 

바람이 불어와 나의 집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쓸어갈 때 어떤 것이 나를 지탱하는가?

 

모든 존재가 나에게 등을 돌렸을 때 무엇이 나를 버티게 하는가?

 

불구덩이 속에서 무엇이 나를 계속 서있게 하는가?

 

내면의 가장 아랫부분에서 나를 떠받치는 한 가지 생각이 있다면 그것은 이것일 것이다.

 

너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네 자신 뿐이다.”

 

밑바탕에 이런 생각이 있으니, 시련이 강할수록 나는 강해진다.

 

하지만 사실 나는 나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유리처럼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애초에 바위처럼 단단했다면 자신이 깨질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니 나약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수없이 금이 가고 깨지다 보니 두려워서 무엇이 나를 구원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했다.

 

티끌 만큼이라도 의심이 가는 것은 모두 제외하다 보니 결국은 내 자신만 남게 되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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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마 나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경계 바로 앞까지 온 것 같다.

위태로운 벼랑길을 따라 걷는 것은 기분이다.

내 마음을 몸으로 친다면 팔이 하나 없고 다리가 하나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다.

겉으로는 멀쩡하니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깨질 것 같고 외롭고 불안했던 적이 있었을까.

원인은 모르겠다.

그냥 시기가 좋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불안과 외로움은 지금이 아닌 미래의 어느 시점에라도 나에게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마음은 그 길로 빠질 여지를 이미 많이 지니고 있다.

마음이 멍 든 것처럼 아프다.

그럼에도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나는 이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운명을 바꿀 기회.

이 지옥살이에서 벗어날 기회.

이번에 이 구덩이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두번 째 빠지더라도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마주해야할 녀석이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두렵다. 아프다. 슬프다. 당장 깨질 것 같다.

지금껏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내일 죽어도 후회가 없을 만큼 했는가? 

아닌 것 같다. 

저항했지만 무기력하게 끌려다녔다.

상황적 여유가 없었고 워낙 지쳐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만 둬야겠다.

이 나락에서 나가야 겠다.

더이상 끌려다닐 힘도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더이상 이 아이를 아프게할 수는 없다.

그동안 이렇게 참아준 것만 해도 고맙다.

이제 이 아이를 구해야 한다.

최악의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아직 내게 시도해볼 것이 있다.

지난 30년 동안 내가 이룬 크고 작은 성취들은 모두 외부에서 오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 쪽을 뜯어 고쳐야 한다.

두려워서 오랫동안 외면해 온 일이다.

얼마간의 시간에 내게 허락될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잠시 집에서 쉬면서 다음의 수칙에 따라 살 것이다.


1. 정서가 많이 불안해지면 의사와 상담한다.

나에게는 우울증과 불안의 이력이 있다.

이것이 심리적인 것인지 생리적인 것인지 복합적인 것인지 나조차 확실치가 않다.

하지만 시간대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는 것으로 보아,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의 생리적 문제가 있을 확률이 크다.

심리적인 요인이 주된 것이라 해도 약물치료는 보조적인 도움이될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는 개선이 힘들다고 느껴지면 나는 즉시 의사와 상담하여 도움이 되는 여러 시도를 해 볼 것이다.

이미 프로작과 알프라졸람을 먹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끊어볼 생각이다.

금단 증상이 있겠지만 한 번 해볼 것이다.

그 이유는 큰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약의 부작용도 지겹다.

알프라졸람을 1년 이상 먹으면 나중에 치매를 발병률이 8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는 글을 본적도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입맛과 성욕이 하나도 없고 생기도 없다. 

결국에는 약없이 혼자서 일어서야 한다. 그러고 싶다.

일단 약을 끊었다가 악화가 된다면 즉시 약을 다시 먹을 것이다.

50년 후 때문에 5분 뒤에 죽을 수는 없으므로.


2. 사람에게 기대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지금 나의 정서는 매우 불안정하다.

머리의 70%는 우울과 불안에 차있고 정상 작동하는 나머지 30%의 부위가 그나마 나를 잡고 있는 것 같다.

이 내면의 공허함을 외부의 무언가로, 사람으로, 특히 이성으로 채우려는 갈망이 엄청나게 일어난다.

원래부터 극단적인 나의 성향이 위태로운 절벽에 선 지금, 매 순간마다 엄청난 경계에 끄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 목마름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분명 쥐약을 먹게 될 것이다. 한 순간의 달콤한 맛과 향이 위안을 주겠지만 경험상 후에 상상도 못 할 엄청난 고통이 따라올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나에게는 쥐약과 음식을 구분할 분별력이 없다.

마음이 안정이 될 때가지 당분간은 냄새가 나는 것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

지금 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칼로 볏단을 베듯이 단호하게 쳐내야 한다.

소통을 해야 한다면 아침에 있을 났을 때와 자러 갈 때 두 번만 사람들에게 인사를 할 것이다.

그 이외에는 전화기의 알림을 꺼둘 것이다.

외부의 자극을 차단할 것이다. 

이 정도가 지금의 나로서는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나의 행복을 타인의 선택에 기댈 수는 없는 것이다.


3. 명상을 한다.

평상시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만으로는 지금 나의 부정적인 상태를 역전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생각을 단 5분이라도 온전히 유지하려 하지만 어느새 무의식은 절망의 소용돌이로 나를 삼켜버린다.

따라서 의식적인 자극을 강하고 지속적으로 주어 무의식까지 변화시키야 할 것이다.

언젠가 뇌의 가소성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뇌는 신경회로가 만들어진 방향으로 작동하고 강화된다.

신경회로는 매일 매일의 생각과 경험에 의해 변화된다.

최근에 심해졌다고 하여도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부정적이고 불안한 생각이 나를 지배해왔으므로 나의 시냅스는 그런 방식으로 형성 되었을 것이다.

그 시냅스를 다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안정적이고 자급적이며 지속가능한 방법이다.

뇌가 어느정도 긍정적인 신경회로를 구성할 때까지 의식적인 노력에 시간을 많이 들일 것이다.

그 수단은 단전호흡이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믿음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효성이다.

이것이 꿈이면 어떻고 현실이면 어떠한가. 고통과 행복은 실제한다.

단전호흡은 몸의 모든 기운이 모이는 단전이라는 부위에 집중한 상태로 호흡을 하는 것이다.

단전이라는 곳에 집중을 하던 코끝에 집중을 하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으나 예전에 잠시 배운 것이 단전호흡이니 이 방식대로 해보려 한다.

깊이가 있는 분야라 나는 아는 것이 없지만, 경험해본 결과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희안하게도 효과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는 순간 효과가 느껴졌다.

이번에는 더욱 집중해서 해 볼 생각이고 필요하다면 수련원에 갈 생각이다.

단전이라는 부위가 몸의 모든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 하니, 이 점이 심리적인 부분에도 한 몫할 것 같다.

처음에는 단전이라는 위치가 애매하게 느껴졌으나 하면 할수록 단전이 실제로 손에 잡힐 것처럼 느껴진다.

단전에 집중을 하려고 할 때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태일 수록 생각이 빠르게 세어 나간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하고 단전에 집중을 하지만 5초만에 생각은 단전을 교묘하게 벗어나 있다.

하지만 호흡이 잘 되는 날에는 호흡을 하면 할수록 집중이 잘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이 혼란하고 불안할 때는 물론이고 당분간은 눈을 떠있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단전호흡에 쓰려고 한다.

이 훈련으로 이 요동치는 마음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음의 조율이 틀어졌을 때도 이 방법을 익혀두면 빠르게 재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4.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산다.

평상시에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것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하려 노력할 것이다.

우울한 상황에서는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긍정적인 것만 보고 듣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과, 그림, 글, 영화, 사람(사람은 당분간 피한다)을 옆에 둔다.

가능한 부정적인 모든 것을 피할 것이다.

기쁨이건 슬픔이건 너무 강렬한 자극을 주는 것도 피할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중독성이 있다. 

그 늪에 빠졌을 때는 잘 못 들어왔음을 깨닫고 즉시 나간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살아있음을 감사히 생각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내게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아침 햇빛을 본다.

가능하면 해가 뜰 때 햇님과 같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햇빛은 생체 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꽃과 나무, 물, 하늘, 새를 보러 자연에 나간다.

자연을 보면 기분이 좋다.

아침이 되면 눈을 뜨고 낮 동안에는 맑은 정신으로 활동하고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잠이 오는 흐름을 몸이 기억할 때까지 의식적으로 연습니다.

이 규칙적인 습관은 건강을 찾은 뒤에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항로가 벗어 났을 때에도 오래 헤매지 않고 몸이 기억하는 원래의 자리로 금방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6. 바쁘게 생활한다.

명상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요리를 하고, 운동을 하면서 계속 바쁘게 생활한다.

가만히 있으면 우울함과 불안을 더 의식하게 된다.

가능한 한 생각을 깊게 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 뭐가를 한다.


7. 하루에 1%씩 좋아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며칠만에 이 상태에서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뇌에도 관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 빠른 변화는 오히려 뇌가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가도록 저항하게 만든다고 한다.

멀리 가려면 천천히 가야 한다.

노력을 해도 헤매는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오히려 더 나빠진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좋아지고 있다고 믿고 나아가야 한다.


8. 견디기 힘들 때 다음을 생각한다.

흐린날에는 코스모스도 슬퍼 보인다. 
코스모스가 원래 화사한 꽃이라는 것을 기억해라.

지금 움켜쥐고 있는 것이 세상 전부인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니다. 
지금 영원할 것 같은 그 시간도 절대 영원하지 않다.

불안과 우울은 실체가 없다. 처음에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그 감정을 일으켰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의 습관으로 굳어져서 사건에 상관없이 그러한 감정들이 일어난다.
괴로워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쌓여 온 구름을 걷어내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나쁜 감정은 나쁜 생각을 불러오고 나쁜 생각은 다시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
좋은 감정은 좋은 생각을 불러오고 좋은 생각은 다시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 순환 고리를 기억한다.

네가 온전했던 때를 기억해라. 지금 그렇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건강했고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그게 너의 본래 모습이다. 돌아갈 수 있다. 
하루 중에도 온전할 때가 있고 흔들릴 때가 있다.
온전한 시간을 조금씩 길게 유지해나가면 된다.

걱정마라, 아프겠지만 그 정도로 당장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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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지나가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고 있다.

모든 것들이 가볍고 순간적이며 불안정하다.

그리고 낯설다.

그 변하는 것들 속에서 너무 외로워 혼자 있었다.

차라리 보지 않으면 잊고 살 수 있다.

한동안 외면하다가도 불쑥불쑥 마음이 아려온다.

잠시 걷던 길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가본다.

환상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그들을 바라본다.  

지나가는 얼굴들에서 나는 왠지 모를 차가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서 저 밖에 누군가가 나를 발견해주기를 바란다.

만약에, 혹시라도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지 않을까 기다린다.

누군가를 알게되고 나는 한 줄기 빛을 보게 된다.

이것이 내가 그동안 기다리던, 내가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집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것을, 새로운 자극을 찾고 있다.

나는 그가 내 옆에 머물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가 없나 보다.

그는 한 곳에 안주할 수가 없나보다.

나는 그것만 있으면 되는데.

애초에 희망을 품지 말았어야 했는데, 또 다시 실수임을 깨닫는다.

바보같은 외로움 때문에 또다시 쥐약을 먹었구나.

뻔한 결과였지만, 분명히 예상했지만 가슴이 아픈 건 어쩔 수가 없구나.

아플 것을 알면서도 왜 또다시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냐.

나는 뭐 하나도 가볍게 할 수 없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다시 나의 길로 돌아간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나의 잘못도 아니다.

왜 꼭 이래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이 싫다.

하지만 사실은 나는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누군가가 옆에 있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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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로 가던 길에 천막을 치고 와플을 팔고 계신 아주머니를 봤습니다.

원래 그곳에서 항상 와플을 팔던 분이십니다.

어느날 수화로 남편과 대화하는 것을 보고 말을 하지 못하시는 것을 알았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인데도 나와서 장사를 하시더군요.

저도 그동안 참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아마 그분은 장애로인해 저보다 더한 일을 많이 겪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밝은 미소로 손님에게 인사를 하시더 군요.

불쌍한 게 아니라,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버텨줘서.



나는 왜 계속 살고 있을까요?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왜 그러지 않을까요?

내 안에서는 죽을 것 같지만 버텨보라고, 살아보라고 외칩니다.

그저 단순한 생물학적, 생리적 본능일까요?

깊은 곳에서는 이 미어지는 아픔 속에서도 조금 더 견디라고,

이 모든 것을 이겨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고,

그 순간에 네가 흘릴 기쁨과 환희의 눈물을 떠올려 보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지옥에 간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공허한 말이에요.

자신의 내일 일도 모르잖아요.

내 눈을 보고 이 순간을 버티면, 이 모든 고통이 끝나면,

행복이 찾아 온다고 진정 말할 수 있나요?

아니요 우리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러니 그런 무책임한 말은 하지 마세요.



저는 항상 인생은 깨지기 쉬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운이 좋아서 한 번도 금이 가 본적이 없는 사람들은 말할 겁니다.

이 세상에 의지로 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남들은 다 하는데 너는 왜 하지 못하냐고, 왜 그렇게 의지가 약하냐고.

가지고 태어난 것과 살면서 경험한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일도 누군가에는 더 힘든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 것이죠.

깨지고 금이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입니다. 

사소한 충격으로 한 순간 인생의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한 번 금이 가버린 유리잔은 결코 다시 온전해 질 수 없다는 것도.



위태위태한 이 길을 걷고 있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것은 이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결국 어두운 터널 속에서 쓰려져 죽을 수도 있겠죠.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으니까요.

저는 그저 제 자신을 배반할 수 없는 겁니다.

깊은 곳에서 견뎌보라고, 살아보라고, 이겨내라고, 해내라고 외치는 그 절규를 외면할 수 없는 겁니다. 

저는 어느 것도 확신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믿을 겁니다.

여러 곳이 금이가고 찢어지고 부숴졌음에도 믿을 겁니다.

이 어두운 길의 끝에는 분명 빛이 기다리고 있음을.


같은 배를 탄 친구들이여, 

오늘도 버텨줘서 고맙습니다.

당신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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