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던 정신과 약을 끊고 집에서 명상을 시작한지 3, 4일 저도 지났을까?

 

처음에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끊자 엄청난 금단 현상이 찾아왔다.

 

약을 먹기 전 보다 훨씬 강한 우울과 불안과 싸워야 했다.

 

그 속에서 그저 단전호흡을 했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해야할 때는 제외하고는 집에서 계속 단전호흡을 했다.

 

호흡을 하면서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을 가지려 노력했다.

 

정신이 지치기 전에 반가부좌를 한 다리가 먼저 저려서 30분 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야 했다.

 

힘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집중했다.

 

놀랍게도 4일 정도 만에 금단 증상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어제는 입맛도 돌아오고 기분도 한결 나아서 빵까지 구웠다.

 

나로서는 엄청난 변화다.

 

예전 같으면 매일 같이 빵을 구웠겠지만 우울과 불안에 빠진 뒤로는 전혀 빵을 구울 기분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빵인데 어떻게 내가 빵을 굽지 않고 살 수 있었을까?

 

갑자기 세상이 흑백이 되어버린 기분이라고 할까?

 

오랜만에 집에서 빵 굽는 냄새가 나니 기분이 좋았다.

 

아직 힘들 때가 있다.

 

때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고 절망적일 때가 있다.

 

하지만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그것을 믿고 계속 걸어가야 한다.

 

비바람이 다시 몰아칠 것이다.

 

바람이 불어와 나의 집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쓸어갈 때 어떤 것이 나를 지탱하는가?

 

모든 존재가 나에게 등을 돌렸을 때 무엇이 나를 버티게 하는가?

 

불구덩이 속에서 무엇이 나를 계속 서있게 하는가?

 

내면의 가장 아랫부분에서 나를 떠받치는 한 가지 생각이 있다면 그것은 이것일 것이다.

 

너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네 자신 뿐이다.”

 

밑바탕에 이런 생각이 있으니, 시련이 강할수록 나는 강해진다.

 

하지만 사실 나는 나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유리처럼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애초에 바위처럼 단단했다면 자신이 깨질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니 나약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수없이 금이 가고 깨지다 보니 두려워서 무엇이 나를 구원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했다.

 

티끌 만큼이라도 의심이 가는 것은 모두 제외하다 보니 결국은 내 자신만 남게 되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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