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하면서 뇌가 작용하는 과정을 관찰하다 보니 내가 무의식의 노예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로는 이미 쓸데가 없어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린 생각을 무의식은 계속 쓰레기통을 들쑤시고 찾아내어 다시 내 앞에 가져다 놓는다. 


분명 방금 버린 생각인데 정신을 차려보면 바로 눈 앞에 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쓰레기통에 넣지만 어느새 또 나와있다.


쓰레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어느때는 같은 쓰레기를 100번도 넘게 다시 보는 것 같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 경험으로 지금 내가 얻은 교훈은 이것이다.



첫째, 가능하면 자극(스트레스)을 피할 것

 

일단 어떤 자극이 뇌에 각인이 되면 아무리 생각을 고쳐 먹어도 한동안 무의식의 관성을 이겨낼 수 없는 것 같다.

 

최초의 자극이 셀수록 관성도 세지고 그 습관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자극의 세기는 주관적인 것 같다.

 

사람마다 정신적으로 민감하고 취약한 부분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여 충격이 될만한 상황을 피해야 한다.

 

자기 자신이 불완전 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때로는 문제를 덮어둘 필요가 있다.

 

특히,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때는 자극적인 상황을 최대한 피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도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 살아야 하지 않나 싶다.

 

가지고 태어난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본성을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민물고기가 바다에 빠진다면 평생을 별난 자신을 자책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간단히 그 물고기를 강으로 던져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삶은 때로는 우리에게 불가피한 일을 던져준다. 

 

그 속에서 나는 최대한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상황을 피할 것이다. 

 

모두가 겁쟁이라고 비겁하다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강으로 갈 수 있다면 애써 소금물에 적응하려 괴로워할 필요가 무엇일까. 

 

남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 한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믿는다. 

 


둘째, 이미 구덩이에 빠졌다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 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소모적인 생각과 하루 종일 씨름을 하는 자신을 보면 처음에는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자신이 한심하고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그럴 때 이 생각에서 즉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인정하지 않으면 자책을 하게 된다. 

 

그 대신에 생각이 반복될 때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알아차리고 “또 왔구나 임마. 나를 좋아도 하는구나. 언제까지 나를 쫓아다니나 보자.” 라고 생각하자 훨씬 견딜 만 했다. 

 

지금 나를 죽일 것 같이 괴롭히는 이 일이 시간이 지나면 별 일이 아니게 될 것이 뻔하다. 

 

그 사실을 알고 다만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 새인가 강박이 사라져 있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을 쫓는 이유  (0) 2019.12.19
앞으로 할 일  (0) 2019.12.18
내가 먹던 약들  (0) 2019.12.09
나를 지탱하는 한 가지  (0) 2019.12.08
경계에서  (0) 2019.12.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