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지났을까?


벼랑에서 벗어나려 몸부림 치던 그 순간에서.


곧 깨져 사라져 버릴 것 같던 그 날들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지금 아는 것은 내가 그 절망의 낭떠러지에서 많이 멀어졌다는 것이다.


여전히 덤불길을 걷고 있지만 벼랑길은 아니다.


아주 조금씩 짙은 고독과 불안들이 내게서 씻겨가고 있다.


이만큼이라도 온전한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삶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지를 보려면 내가 요리를 하는지를 보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동안 뭔가를 할 의욕도 뭔가를 먹을 식욕도 없었다.


식욕이 완전히 돌아온 것 같다.


그러니 요리를 할 의욕도 생겼다.


누군가의 조바심 나게 하는 이야기들은 이제 듣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땅을 밟고 별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됐다.


아직은 조금 더 가야 평지에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저 멀리 새벽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평지를 넘어 먼동이 트는 그곳에 가면 뭐가 있을까?


못 닿아도 좋다. 


옆에서 피어나는 진달래와 지저귀는 새들, 흐르는 물소리를 놓치지 않겠다.


그 속에서 그곳을 향해 계속 걷겠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 내가 관심있는 몇가지를 정리하려고 한다.


이 세상에 나를 살아있게 해주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그것들을 정립해서 하나의 세계로 만드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반드시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그 밖에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으니 어차피 살아가는 김에 감자 밭이라도 하나 일구려고 한다.


밭에서 나는 작물들은 나에게 살아갈 양분을 줄 것이다.


혹시 감자를 알아보는 누군가가 우연히 그 옆을 지나간다면 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정도는 하는 것이 내 존재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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